새벽에 추워서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2시 15분이다. 간이온도계를 보니 영하 4도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추운 새벽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일어나서 할 것도 없고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들고 잠과 씨름하면서 아침을 기다렸다. 다른 지역에서는 6시가 넘으면 주위를 식별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거대한 암벽에 가로막힌 계곡이어선지 어둠이 물러가지 않는다. 계곡의 밤은 길고 춥다는 느낌이다. 7시가 넘어서야 주위의 사물을 제법 분간할 수 있어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에 아침을 든든하게 따끈한 우동을 끓여먹고 이곳에서 제일 높은 Trail코스인 Observation point로 향했다.
왕복 5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점심 경에 내려와서 다른 짧은 코스 2-3개를 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산행입구인 Weeping Rock 주차장에 들어섰더니 아무도 없다. 8시가 막 지나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올라갈 길 6.4Km에 왕복 12.9Km라는데 이들이 오르는 길은 워낙 굽이돌이를 잘 해놓아서 한국 산행에서의 깔딱 고개가 없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평지처럼 오를 수 있다. 설악산의 봉정 깔딱, 북한산의 인수 깔딱 같은 것들이 전혀 없다.
출발점에서 2마일 지점인 3.2Km를 1시간 만에 올랐고 정상까지 남은 2마일도 1시간 만에 올라서 Zion 계곡 전체를 굽어보며 관망한 후에 40분쯤을 내려와서야 올라오는 4명의 젊은이들을 처음 만났다. 그 다음부터 한 명 또는 두 명씩 심심치 않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주차장 근처까지 내려오는데 정상에서부터 1시간 30분이 걸렸다. 여기서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갈림길에서 Hidden Canyon으로 들어섰다.
Hidden Canyon Trail은 왕복 3시간이 걸린다는데 등산로 정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말하자면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좁은 협곡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였다. 중간에 바위도 올라타야 했고 때로는 오르는데 주저할 만큼 위험스럽게 보이는 곳도 두세 군데 있었으나 끝까지 올랐지만 계곡의 끝에 새로운 깊은 계곡이 있다는 것 말고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중간에 Arch가 있다고 해서 끝까지 올랐는데 Arch를 볼 수 없었고 내려오면서 나뭇가지에 가려진 조그만 Arch를 발견할 수 있었다.
Hidden Canyon을 빠져나와 주차장까지 내려서서 Weeping Rock에 잠시 들렀다가 캠프장으로 돌아오면서 Court of the Patriarchs에 주차하고 Sand Bench Trail을 올라갔다. 전 구간이 모래밭이었고 사방에는 선인장들이 널려 있는 구간이다. 목적지를 거의 다 올랐을 때 10대의 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내려오는 가족을 만났는데 그 중 큰 아들이 “더 이상 가볼 가치가 없어요” 하면서 내려간다. 어린 놈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끝까지 올랐는데 역시 아무 것도 볼 것이 없었다. 다만 뒤돌아섰을 때 계곡 맞은편에 있는 거대한 암벽들이 한 눈에 펼쳐져 보여서 힘들인 보상을 받았을 뿐이다.
높지 않은 곳이라 등산화를 벗고 샌들을 신고 올랐었는데 내려갈 때는 모래 때문에 몇 번 미끄러졌다. 한 번은 미끄러지면서 손으로 땅을 짚는다는 것이 선인장을 짚는 바람에 선인장에 큰 가시 말고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들이 그렇게 많은 줄을 처음 알게 되었다. 결국 돋보기까지 꺼내들고 한참 동안을 쭈그려 앉아서 작은 가시들을 다 뽑고서야 따가운 것을 면할 수 있었다. 선인장에 찔리고서야 꼬마 말 듣고 더 오르지 말 것을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이 아직 4시 30분 정도였기에 내려오면서 사람이 안 보이는 조용한 계곡의 시냇물에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고 물막이 공사를 하며 30분을 보내면서 탁족과 물놀이를 즐겼다.
5시가 넘어서 캠프장에 돌아와 집사람에게 무사히 잘 지냈다고 보고를 하고 맥주 한 잔에 식빵과 씨리얼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를 정리하면서 다음날 Idaho Falls로 돌아가는 계획을 세웠다.
암벽 정상에 바위 몇 놈들이 모여서 원탁회의라도 하는 모습입니다.
Observation Point에서 바라본 Zion 계곡의 풍경이다. 가운데는 계곡물이 흐르고 양 옆으로 암벽들이
도열해있다.
나 홀로 정상에서 증명사진 찍느라고 애 많이 썼다.
산행로 중간에 있는 협곡으로 좁은 바위틈을 지나게 되어있다.
Observation Point 등산로에서 바라본 Sand Bench Trail의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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