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Travel)

미국 체류중 마지막 나들이 - 산행 포기

길목-3 2009. 4. 8. 13:00

며칠 남지 않은 미국생활의 마지막 산행을 어디로 갈까 궁리를 하다가 Grand Teton은 혼자 갔다가 곰을 만날까 무섭고, 날씨도 어느 정도 풀렸다고 생각해서 지난 가을에 갔었던 Mt. Borah로 정했다. 작년에는 눈이 없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주변의 설경을 구경할 수 없었기에 높은 산 위에 올라 주변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말이다. 내가 4월초에 Borah에 가겠다고 했더니 모두들 아직은 눈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너무 이른 시기라고 말한다.

갔다가 눈이 많아서 힘들면 그냥 돌아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전날 스패츠를 포함하여 겨울산행 준비를 해놓고 새벽에 일어나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배낭에 넣고 2시간을 달려가면서 주차장까지는 눈이 다 녹아서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이 세상에는 나처럼 정신 나간 사람들이 간혹 있으니 몇 사람쯤은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80Km를 달려가서 비포장도로로 들어선지 얼마 안 돼서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더 이상 승용차로 들어갈 수가 없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사람의 발자취는 더욱 찾아볼 수도 없고 얼씬거리는 사람도 없다. Mackay라는 마을은 해발 1,800m라고 하니 Idaho Falls보다 약 400m가 더 높아 눈이 많이 남아 있었던 거다.

Idaho 주에서 가장 높은 3,859m 산을 너무 우습게보고 온 것이 잘못이겠지만 무려 180Km를 달려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섭섭해서 자동차를 아래에 주차해 놓고 올라가보기로 했다. 스패츠를 착용한 후 눈 쌓인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아래쪽은 낮에 눈이 녹았다가 간밤에 얼어서 내 몸을 지탱해줄만큼 단단하여 간혹 발목 정도까지 들어갈 때도 있었지만 주차장까지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랐다. 막상 등산로 입구에서 소나무 숲속으로 약 40분쯤 올라가면서 무릎이나 허벅지까지 빠지기 시작하면서 아무도 없는 산중에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망설여졌다.

정상까지는 못 가도 Chicken out Ridge라는 곳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왔지만 취미로 산행을 하는 놈이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높은 산을 전문가처럼 혼자 오른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발길을 돌려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려와서 정상 부근의 등산로를 가만히 살피니 역시 혼자서 오르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였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은 일찍 포기하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생각과 함께 발길을 돌려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미국에서의 마지막 산행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주변의 설경을 감상할 수는 있었다.

 

중앙에 눈으로 덮힌 곳이 Mt. Borah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이다. 중앙에 눈덮힌 곳이 끝나는 부분에

자동차를 주차해놓고 걸어 올라가면서 뒤돌아 보고 찍은 사진이다.

 

조그만 건물은 화장실이고 눈 덮힌 곳이 Mt. Borah 등산로가 시작되는 주차장이다.

 

처음에는 발자취만 남기면서 오를만 했다. 올라가면서 주차장과 마을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주변 봉우리들의 설경

 

이것도 주변 설경이다.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Idaho 주에서 가장 높다는 3,859m인  Mt. Borah이다. 오른쪽에 소나무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흰눈으로 연결된 능선이 등산로이다. 오른쪽 봉우리가 Chicken-out-Ridge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흰눈으로 덮여있는 저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연결된다.

특히 Chicken-out-Ridge의 뒷편은 거의 수직 절벽이다.

 

왼쪽의 Borah Peak으로 연결되는 오른쪽 안부가 등산로인데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있다.

 

돌아오는 길에 찍은 Osprey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