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Travel)

그랜드캐년-3 (Grand Canyon)- Bright Angel Trail (종군 산행 계속)

길목-3 2009. 3. 30. 08:43

Silver bridge까지 건넜으니 Colorado 강을 두 번 건넌 셈이다. 중간에 몇 개의 보트에 나눠 타고 래프팅을 즐기면서 Colorado 강을 내려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왜 Colorado 강물이 금물결, 은물결이라고 노래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캐년의 모래와 진흙이 뒤섞여 흐르는 물은 황금색이었고 중간 중간 바위를 만나 부서지면서 만들어내는 흰 포말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서 노래가사가 실감나는 산행이었다.

드디어 강가에서 꼭대기까지 끊임없는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굽이돌이(이들은 switch back이라고 부르고, 백두산에 갔을 때 연변 공항에서 baggage claim에서 굽이도는 레일을 조선족들은 ‘굽이돌이’라고 이름 붙였더군요.)를 많이 만들어 놓아서 경사는 비록 완만한 오르막길이지만 12.1Km의 꽤 긴 산행길이다. 오르막길도 사진을 찍으면서 따라가다 보니 결국 걸음이 빠른 이들을 놓치고 말았다.

Indian Garden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려고 둘러보아도 이들을 찾을 수 없어 결국 혼자 식빵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출발을 했더니 어디선가 점심과 휴식을 취한 이들이 나를 지나쳐 간다. 지나가는 팀장에게 나의 늦은 산행속도 때문에 못 만날지 모르니 미리 오늘 뜻있는 산행을 덕분에 즐길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다음 휴식을 취하는 곳에서 만날 수 있으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고 얘기하였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들을 쫓아 올라가는데 다행인 것은 힘들어 하는 여군이 결국 뒤쳐져서 팀장인 Franky가 돌보면서 올라가느라고 나와 속도가 비슷하게 되었다. 1.5mile을 남겨논 휴식처에서 일행들을 만났는데 선두 3명은 이미 올라갔기 때문에 나머지 8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남은 1.5mile은 혼자서도 느긋하게 오를 수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별 걱정이 없는지라 천천히 올라가는 바람에 결국 헤어졌다.

산행입구에 올라서서 맨 처음 한 일은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햄버거를 사들고 오늘 참 대단한 산행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캠프장에 돌아와서 가게에 들렸다가 함께 산행한 군인 중 한 명을 만났는데 같은 캠프장의 바로 윗 통로에 있다며 저녁에 맥주 한 잔 하러 놀러오란다. 여행 중 저녁시간마다 심심하던 차에 왜 안 가겠는가? 혼합 건과류 한통을 들고 찾아갔더니 맥주와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었고 선두에 걷던 친구에게 참 잘 걷는다고 했더니 자신은 산악구조대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은 일행들을 위해서 천천히 보조를 맞춘거란다.

선두가 산행을 마친 시간은 7시간 40분이었고, 내가 입구에 올라서는데 걸린 시간은 8시간 30분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Indian Garden을 출발하자마자 나를 지나갔으니 남은 오르막길 7.4Km를 나보다 50분이나 빨리 오른 셈이다. 어쨌든 전체 산행거리 25Km인 두 개의 코스를 8시간 30분 만에 무사히 완주했으니 계획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밤 늦게까지 얘기를 하다가 나이를 묻기에 56세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아이들 나이를 묻는다. 큰 애가 26세, 작은애는 19세라고 했더니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가리키면서 저 친구는 24세라고 한다. 선두에 섰던 제이미라는 친구가 자기도 56세에 나처럼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추켜올린다. 그런데 나는 오르막길에서 뒤쳐지면서 나도 보다 많은 산행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으니 전혀 생각이 다른 셈이다.

 

 

Silver Bridge를 뒤로하고 콜로라도 강을 따라 Bright Angel Trail로 향하고 있다.

 

역시 금물결, 은물결이다.

 

오르막길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비교적 맑은 물도 있었지만 왜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지 이해를 했다.

노새(Mule)를 타고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노새가 트래킹 코스 곳곳에 배설을 해놓고 이것이

계곡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미생물이 많아서 마시면 배탈이 나고 문제가 생기는거다.

 

 

 

이곳이 Indian Garden을 막 출발한 시점으로 어디선가 점심과 휴식을 취한 군인들이 나를 지나간다.

Rim 상단의 좌측으로 1/3되는 꼭대기가 오늘의 목적지다.

 

올라온 계곡길을 되돌아 보며

 

정상에서 3 miles 떨어진 휴게소

 

정상을 1.5mile 남겨둔 마지막 휴게소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초록색 옷 뒤에 서있는 친구가

올해 24세라는군요.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고 찍은 사진이다. 벌써 많이 올라왔다.

 

터널을 지난다. 정상 근처에 또 하나의 터널이 있으니 두 개의 터널이 있는 셈이다.

 

사람의 걸음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까마득해 보이던 곳을 다 올라와서 밑에서 바라보던 곳이

까마득해 보이니 말이다. 사진의 눈 높이가 맞은 편 높이와 비슷해진 것을 보면 거의 다 올랐다.

 

드디어 정상에 있는 집이 눈 앞에 보인다.

 

이놈이 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이곳 등산로 옆에 나와 앉아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얼마

안 걸렸다. 새끼가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본인이 아예 등산로에 나서서 시선을 끈다.

 

바로 위 능선에서 새끼가 나무잎을 뜯고 있다. 자신이 먹겠다고 보채서 엄마를 위험지경으로 내몬

불효막심한 놈이지 뭡니까?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들의 본능을 보면 요즈음 인간들의 행동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마지막 터널을 지나서 맥주집을 찾아 나섰다.